흰 눈이 펑펑 내리던 12월의 어느 날, 망원시장의 활기가 느껴지는 골목 어귀에 자리한 ‘카페부부’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가족을 만났다. 부부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마련해둔 카페 마당의 겨울 캠핑장 한 켠에선 시나몬 향기 가득한 뱅쇼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에도 웃음을 터뜨리던 혁주와 혁오의 환한 미소가 가득했던 ‘카페부부’의 일상 속으로 떠난 여행 이야기.

-두 사람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디자이너이자 카페 실장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 권오현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카페 사장과 홍보 실장을 맡고 있는 박선영이다. 그리고 첫째 혁주와 혁오까지 네 가족이다.

-카페부부는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 탄생한 공간인가?
카페부부는 우리 부부가 결혼식을 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마련한, 가족의 미래를 위해 공간 프로젝트로 만든 공간이다.  주택 건물을 개조한 공간이라 초기엔 2층을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다 지금은 2층까지 모두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마치 캠핑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어떤 공간으로 느끼기를 바라는지?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했지만 마음만은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 편안한 집에 들어선 느낌이었으면 한다.

-부부가 함께 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평생의 직업을 만들고,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 갈지에 대해 고민하다 시작한 첫 번째 프로젝트가 카페였다. 우리 부부는 지금의 과정을 ‘부부 프로젝트’라고 이야기하며 준비하고 있다. 카페는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형태로 실험하고 행동해 보려 한다.

-카페 앞뜰에 마치 캠핑장 같은 공간을 만들어뒀다. 카페가 아니라 여행지에 들어선 기분이 드는데 의도한 부분인지.
우리 가족의 도시 캠핑장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 앞 마당은 사계절 내내 우리 가족의 놀이터가 된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세차도 하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걸 보며 디저트와 차를 즐기기도 하고. 아이들에겐 돌과 나무, 풀 그리고 눈으로 마음껏 놀 수 있는 아주 좋은 공간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텐트를 설치했는데, 손님들에게 잠시나마 여행지에 온 듯한 기분을 선물하고 싶다.


- 카페 부부와 여행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카페부부는 우리 가족, 우리 부부의 인생 여정의 시작점이다. 여행과의 공통점을 찾자면 경험의 축적으로 보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는 기대감이라 생각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여행지에서 얻은 영감들을 카페부부 공간에 담아보기도 하나?
많은 도움이 되고 응용도 하고 있다. 얼마 전 다녀온 도쿄 여행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도큐 라테, 링고후후라는 메뉴를 만들기도 했다. 인테리어의 느낌도 조금 바꿨고.

-시즌마다 특별 메뉴를 준비하는 걸로 안다. 두 사람은 요리를 좋아하나? 요리는 따로 배운 건지.  
요리를 따로 배운 적은 없다. 하지만 요리하는 걸 매우 좋아해서,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 보려 한다. 지인들이나 주변 상점 사장님들에게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당연히 어려운 요리들은 그분들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모두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직업도 디자이너였고. 내가 만든 것을 사람들이 함께 즐기기를 바라고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요리만큼이나 부엌이라는 공간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부엌은 아주 좋아하는 공간이다. 창조적인 공간이자 따뜻한 공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많은 시간을 쏟는 공간이기에 삶에 있어 무척이나 중요한 공간이라 생각한다.

-부엌에 관련된 특별한 사건이나 추억이 있다면.
지금까지 4번 정도 디자인 작업실을 이전했는데 항상 오븐이 있는 풀 사이즈 주방을 인테리어 요소로 넣었고, 사람들에게 요리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파티도 즐기고. 아내에게도 맛있는 요리를 해주면서 프러포즈를 했다.

-두 사람에게 부엌은 어떤 공간 인가?
즐거운 놀이터이다. 하지만 상당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공간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어느 정도 주기로 다니는지?
정해둔 주기는 없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다.

-여행지에서도 사 먹는 대신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걸로 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요리를 통해 현지의 좋은 식 재료를 맛볼 수 있고, 마트를 둘러보는 것도 여행 코스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레스토랑 같은 곳에 가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다. 저녁 정도는 가족이 함께 만들어 먹으며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겨울 여행지를 추천해준다면?
선영: 남편의 고향 동해, 오프로드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자주 가는 곳이다. 남편은 나의 고향인 부산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단시간에도 훌쩍 떠날 수 있는 강화도에 즐겨간다. 


-두 사람의 여행 스타일은 잘 맞는지 궁금하다. 아이들은 여행 일정을 잘 소화해내는지?
우리는 소박한 여행 스타일을 좋아한다.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우연히 보물 같은 곳을 발견하는 것을 즐긴다. 덕분에 아이들도 크게 힘들어 하진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은 귀엽고 단순한 조건만 충족되면 행복해한다. 우연히 발견한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거나,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거나.(웃음) 가끔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싶다고 떼를 써서 곤란했던 기억도 난다.

-여행지에서 꼭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낯선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족애가 있다. 작지만 오붓하게, 오로지 우리 네 가족이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촛불 하나를 켜놔도 멋진 파티가 되는 밤. 얼마 전 일본 여행에서는 아이들 생일을 앞두고 있어서 근처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케이크를 사와 간단한 저녁상을 차렸었는데, 소박했지만 정말 행복했던 밤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즐기는 것 같다. 여행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나?
오현: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해소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나는 올드카와 운전을 좋아해서 어디든 떠나는 것을 좋아하고, 아내는 한적하고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시골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함께 할 수 있고, 책이나 TV로만 보던 것들을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워하고. 이렇게 각자 좋아하는 것들이 여행을 통해 한 번에 충족된다는 점이 가장 좋다.

-아이들이 어리면 함께 여행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아이들과 하는 여행이 힘들진 않은지?
다행히 우리는 유명한 관광지나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 한적한 곳만 찾아다니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라서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다. 힘든 점이 있다면 아이들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다는 점 정도.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만 않는다면 힘들 것은 없다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가족 모두가 함께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일상에선 늘 일 때문에 바쁘고, 그러다 보면 늦은 시간에 퇴근해 모든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나. 하지만 여행 때만큼은 모두가 함께라서 좋다. 때문에 짧게라도, 꼭 먼 곳이 아니더라도 자주 여행을 떠나려 노력한다.

-여행은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
첫째 아이는 아빠, 엄마와 함께 어디를 간다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함께 어딘가를 가면 책이나 TV로 보던 것 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에 친한 지인의 별장이 있어 자주 가는데 그곳에서 포클레인을 직접 운전해봤던 경험이 기억에  남았는지 포클레인이 타고 싶거나 모래놀이가 하고 싶을 때마다 강화도에 가자고 한다. 이처럼 여행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 속에서 경험한 많은 것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직접적인 경험을 선사해줘야 한다.

-여행과 일상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하는 여행은 일상과 멀리 있지 않다. 가족이 있는 부산이나 동해, 지인이 있는 강화도 같은 곳으로 언제든 가볍게 떠나곤 하는데, 이 또한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아이의 어린이집이 끝나는 4시쯤 강화도로 떠나 일몰을 보고 돌아오기도 하고.

-지난 일본 여행에선 ‘여행지에서 살아보기’가 여행의 주제였던 것 같다. 여행과 일상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행은 즉흥적이고 변수가 많지만 그 변수를 즐기는 것, 일상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반복적인 생활인 것 같다. 여행에 대해 특별히 정의 내려본 적은 없지만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모두가 함께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집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이미 여행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동네를 산책하고 시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된다.

-여행지에서 보낸 일상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매시간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따뜻한 시간이었다. 웃고, 울고, 장난도 치는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추억으로 남아있다.

-시즌마다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것 같다. 기존의 메뉴 외에도 크리스마스를 위한 카페부부 슈톨렌, 직접 끓인 카페부부 뱅쇼 같은 메뉴들을 준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시즌 메뉴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 제철 과일과 시즌에 어울리는 음료, 디저트 등 그 시즌에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먹고 싶어서이기도 하니까 더 맛있고 정성스럽게 준비해 모두와 나누려고 한다.

-일상도 여행처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자신의 일을 즐기고,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두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에게 이기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와 내 가족이 가장 행복한 방향으로 살아가겠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일을 할 때에도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각자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인식의 변화와 감성의 자극,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가르침들.

-일상이 있기에 여행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까, 여행이 있기에 일상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까?
일상이 있기에 떠날 때의 즐거움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을 즐기다가도 새로운 장소와 경험이 그리워 질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망설임 없이 떠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의 느낌이 너무 좋다.

-‘카페부부’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내년이면 4주년이 된다. 어떤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자주 방문해도, 모처럼 방문해도 공간은 그대로,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가 재미있다. 가정집을 닮아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에 심지어 맛있는 커피까지. 부부로 시작했지만 이젠 '카페가족'같은 따뜻한 느낌이 반겨주는 기분 좋은 오후였다’. 유행을 좇는 카페보다는, 우리만의 감성이 느껴지는, 매일 오든 오랜만에 오든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가 있었던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트래블링 탐스, < 사람을 여행하다 >
망원동 ‘카페부부 편의 영상은 @toms_korea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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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Boouk Magazine @booukmag
Photographer Mok Jinwoo @lo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