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기록되는 일상의 순간, ‘올라이트’ 디렉터 이효은

번화한 홍대 앞 거리를 지나 조금만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작은 문구 숍 ‘올라이트’.  차분한 공기가 맴도는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운 수십 가지 디자인의 다이어리와 메모지, 여행의 기록을 위한 트레블 노트 등 기록을 위한 모든 종류의 문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기록을 사랑하는 디렉터 이효은의 손길이 닿아있는 공간의 곳곳엔 수백 권의 노트들과 함께 일상과 여행의 순간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매끄러운 종이의 감촉이 일상 속 무뎌진 감각을 환기시켜 주는 공간, ‘올라이트’와 그녀의 이야기.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기록광을 위한 문구 브랜드 올라이트의 디렉터 이효은이다. 


-공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올라이트는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 탄생한 공간인가?
창전동에 위치한 올라이트는 기록광을 위한 문구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평일엔 개인적인 작업 공간이 되고 주말엔 기록을 위한 다양한 문구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상점이 된다.

-기록을 위한 노트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어떤 공간으로 느끼기를 바라나?
기록과 추억이 쌓여있는 공간으로 느끼길 바란다. 나를 위한 선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이 가득한 공간으로도.


-기록광을 위한 브랜드라는 점이 독특하다. 기록을 위한 제품만을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20살 때쯤 내가 기록하고 싶은 구성의 다이어리는 시중에 판매되지 않아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는데, 이것이 올라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1년 단위의 다이어리를 꾸준히 채우지 못하는 나를 위해 만든  6개월 단위의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문구제품이 줄지어 출시됐다. 3년 동안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다 오프라인 상점을 연지는 1년이 됐다.

-기록한다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자아 성찰과 위로. 기록을 되돌아보다 보면 지난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해주기도 한다.

-디자인과 공간 운영을 홀로 도맡아 하고 있다. 혼자라는 것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장점은 어떤 일이든 속전속결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은 몸은 하나이다 보니 속전속결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 업무량이 넘칠 때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업무 속도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는데 대외적인 업무보다는 제품 제작과 상점 운영에 집중을 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하루하루 쌓여가는 생각들과 매일의 풍경들. 신기하게도 색감이나 구성, 용도가 나의 삶과 생각, 내가 보는 풍경들을 통해 배어 나옴을 느낀다.


-제품들 중 여행과 관련된 것들이 눈에 띄는데, 이러한 제품들을 만드는 이유가 있다면?
올라이트 브랜드의 제품은 모두 내가 필요로 하는 것,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있다.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여행에 관한 제품들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에도 여행을 다녀온 걸로 아는데, 여행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는가?
여행은 삶을 환기시켜준다.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아등바등 살던 나를 발견하게 해주고,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지나간 나를 돌아보게 해준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홀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행을 떠나기에 힘든 점은 없는지.
여러 가지 고충이 있다. 상점의 운영과 온라인 주문 배송, 제품의 제작 등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그 책임도 모두 나한테 있다는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질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만큼, 그 일을 아주 잘하고 싶어서 힘들다.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가는 터라 나는 아직 배울 것이 더 많은가 보다 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하다.


-바쁜 와중에도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게 하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다이어리 판매량이 가장 많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문을 닫고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매력은 일상의 해소와 환기,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는 점이다. 힘을 얻기 위해선 떠날  수밖에 없다.

- 여행은 당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좋은 풍경을 만나게 되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업무 효율성이 훨씬 좋아진다. 삶에 있어 잠깐의 일시정지는 필요하다.

-여행과 일상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내 삶의 좌우명은 도착보다는 여행, 결과보다는 과정이다. 삶 자체가 여행이라 생각하며 살고는 있지만 일상에서의 하루하루를 항상 여행이라 생각하며 살기란 참 힘들다. 현실에서의 여행과 일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때로 여행처럼 느껴지는 작은 순간들이 일상의 위안이 된다.

-여행과 일상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행은 일시정지의 시간이다.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고민하던 일도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하지만 일상에선 해소되는 것보다는 쌓이는 것들이 더 많다. 삶을 여행이라 생각하며 일상에서도 여행에서와 같은 해소를 하며 살고 싶다.

-기록을 사랑하며 살고 있다. ‘여행’을 기록한다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가?

여행에서 느끼는 생각들은 정말 건강하다. 그 어떤 노폐물도 없이, 색안경 끼지 않은 순수한  시각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을 보고 느낀 감정에 대해 기록하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다. 여행에서는 평소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돼 기록의 내용도 더 깊어진다.


-기록하는 일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까?
당연하다. 여행의 일정은 트레블 노트에 간단히 정리하고, 느낀 점들과 떠오르는 생각들은 다이어리에 정리한다.

-마음과 달리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일 때, 일상 속에서 여행을 즐기는 노하우가 있다면?
날씨가 좋은 날엔 필름 카메라를 들고 외출해 낯설고 한적한 카페에 가서 그림을 그리곤 한다. 여유는 곧 여행을 의미하니까, 단 몇 시간일지라도 그런 여유를 즐길 수 있을 때  여행지에 온 것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

-기록과 여행의 닮은 점은 무엇일까?
추억으로 남는다는 점과 쌓여간다는 점. 올라이트의 공간 안에 내가 만든 제품들이 층층이 쌓여가듯 여행지에서의 기억도 기록을 통해 쌓여가니까.


-지루한 일상도 여행처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면 일상도 여행처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매일 나서는 출근길도 어떤 날엔 유독 예뻐 보여 필름 카메라와 휴대폰 사진으로 담곤 한다. 사소한 장면들을 사랑하는 일을 통해 일상도 여행처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 달라지거나 배우게 되는 부분들이 있나? 브랜드 운영에 그런 점들이 반영되기도 하는지 궁금하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게 되기도 하고, 힘들었던 상황에서 벗어나 조금 더 명쾌한 답을 내리게 되는 것 같다. 앞서 말했 듯 일상에서 쌓인 문제들에 대한 환기와 해소가 이뤄지는 것이다. 여행은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 그 마음이 제품을 제작할 때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 같다.

-여행은 어느 정도 주기로 다니는지?
1년에 3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주기는 딱히 없지만,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었을 때. 정신적인 에너지가 바닥났을 때 떠나는 것 같다.

- 가장 좋아하는 겨울 여행지를 추천해 준다면.
- 정동진, 뻔하지만 아름답다. 해 뜨는 풍경을 보며 새로운 다짐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도쿄, 얼마 전에 다녀왔다. 도쿄는 여러 번 갔었지만 겨울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한국에 비해 따뜻해서 좋았다.  따뜻한 햇살과 늦가을 날씨를 만끽하고 왔다.
- 베트남, 가보진 않았지만 원래 이번 여행의 후보지였다. 겨울엔 역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나라가 좋다고 생각한다.

-여행지에서 꼭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 좋은 음악을 듣는 것,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올라이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기록과 시간, 추억이 쌓여있는 공간.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늘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져 있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트래블링 탐스, < 사람을 여행하다 >
기록광을 위한 문구 브랜드 ‘올라이트’ 디렉터, 이효은 편의 영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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