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의 한적한 골목길에 조용히 자리한 ‘미완성식탁’. 언뜻 보아선 무엇을 파는 곳인지 감조차 오지 않는 오묘한 공간에서 매일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 남자, 최창희. 그가 만든 디저트에는 그의 일상과 함께 그간의 모든 여행의 기억이 오롯이 담겨있다. 북해도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든 디저트 ‘북해도’의 새하얀 머랭이 깨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유빙을 깨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빙선에 올라탄 기분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그의 디저트 안에 담긴 여행과 일상의 이야기들.

‘미완성식탁’ 대표  최창희 @incompletetable
디저트 안에 담긴  여행의 기억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망원동에서 ‘미완성식탁’을 운영하는 최창희라고 한다. 작은 가게에서 디저트를 만든다.
 
-미완성식탁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 탄생했나?
100%의 완성도는 없는 공간, '미완성식탁'은 이름 그 자체이다. 이 공간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상호가 주는 이미지가 강하다. 가장 중요한 건 맛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손님은 그 맛과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최상의 것들을 만들어내고 손님 역시 최고의 만족을 했을 때 비로소 '완성' 에 다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둘 중 하나만 하기도 쉽지 않은데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것은 더욱 어렵기에 '미완성'이라는 요소를 사용해 이름을 지었다.


-건축을 전공한 후 쇼콜라티에가 된 것으로 안다. 어떻게 내리게 된 결정이었는지 궁금하다.
건축학도였지만 언제나 막연하게 '나만의 가게'를 갈망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더한 복합문화공간을 디렉팅해 공모전에 출품시키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엉터리였지만 당시 상상했었던 기록을 기반으로 현재의 공간이 탄생했고, 이곳에 대한 의미 또한 명확해졌다. 건축 실무를 경험하며 이대로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매일매일 통곡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전향하게 된 것도 있다. 처음엔 나의 공간을 보여줄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었지만 내가 28살이던 5년 전부터 카페는 이미 완전포화상태였기에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게 핫초코를 파는 노점 형식의 가게였고, 시간이 지나며 점차 전문 지식을 통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초콜릿 클래스 등을 통해 여러 가지 기초를 쌓기 시작했다.
 
 
-전공을 완전히 바꾼다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현재의 미완성식탁이 생기기까지도 끊임없이 생각을 바꿔왔었으니까. 나는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여러 가지 방면에서 더 좋은 것을 만들거나 내가 만족하는 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때 큰 희열과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전공을 변경하는 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전공 분야를 그렇게까지 잘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가능한 일이었기도 하고.


-디저트의 어떤 매력에 이끌린 건지 궁금하다.
사실 달콤한 무언가를 엄청나게 좋아하지도 않고, 일반적으로 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과는 성향이 다르다. 난 분명히 이 일에 특화된 사람은 아니라는걸 오래 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건 오랜 시간 고민하며 스토리를 풀어내고 디자인해낸 나의 디저트를 누군가 맛있게 먹어줄 때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 때 내 전공 분야에서 미처 이루지 못했던 창조적인 부분을 해내는 것 같아 큰 희열을 느낀다. 이 일은 계속해서 풀어나가는 수학 공식 같다. 하지만 정의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 할머니가 만든 음식에 정확한 레시피나 공식이 있지는 않지 않나. 하지만 따라 할 수 없는 손맛이 있다. 그 누구도 할머니가 만든 음식에 정해진 공식이 없다는 이유로 맛없다는 평가를 할 수 없는 거다. 물론 내가 할머니라는 뜻은 아니고. (웃음)


-평소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주 고마운 질문이다. 미완성식탁의 모든 디저트는 내가 여행지에서 생활하며 맛본 것들을 기반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떠한 여행지를 가도 각각의 풍경과 소리가 존재하고 새로운 맛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충분한 요소가 존재하기에 내게 여행은 필수 그 이상이다.
 
-여행지를 정하고, 여행을 즐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
나에게 여행이란 ‘쉼’ 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 있는 영감을 얻으려는 움직임’에 가깝기 때문에, 대체로 여행지는 내가 생각한 요소, 그에 맞는 콘셉트가 존재하는 곳으로 정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걷다가도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프랑스 파리처럼 여행을 즐기다가도, 어디서든 바로 음식점에 들어가 먹고 느끼고 볼 수 있는 음식점이 많은 곳. 주로 이러한 곳들을 여행한다. 또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자연경관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농가처럼 온전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여행하기도 한다.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내 디저트의 모든 원천이 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내가 만드는 디저트는 나와 내 주변인들의 여행 혹은 살면서 느끼는 모든 것들(오감, 날씨, 풍경)이 더해져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미완성식탁’의 디저트 중 ‘북해도’라는 디저트는 내가 여행 가고 싶었던 ‘홋카이도’를 표현해 만든 디저트이고, 여름에 나왔던 ‘녹음’이라는 디저트를 만들 당시엔 녹음의 푸르름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풀과 나무가 가득한 곳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쉽게 말해 나에게 여행이란 현재의 삶을 만들어가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은 당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삶에 있어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얻는 것이 많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은 게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이 없었다면 현재의 ‘미완성식탁’이 변화하며 성장할 수 있는 배경도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테크닉이나 상상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자 삶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과 달리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일 때, 일상 속에서 여행을 즐기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상상을 통해 그것을 디저트 화 시키는 버릇이 있다. ‘북해도’를 만든 이후 아직도 홋카이도는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가고 싶은 여행지를 디저트로 만들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오히려 디저트를 더 잘 만들기 위해 그 도시에 대해 공부를 하거나 어떤 요소가 있는지 찾아내는 과정을 겪다 보면 어느 순간 이미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여행과 ‘미완성식탁’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여행 그 자체가 이 가게이다. 여행은 내 모든 영감의 원천이고, 이 공간은 그 모든 영감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이니 내게는 여행과 ‘미완성식탁’이 닮음을 넘어 나와 같은 존재나 마찬가지이다.
 
-미완성식탁의 디저트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기를 바라는지 궁금한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소였으면 좋겠다. ‘디저트 이름이 왜 북해도일까?, ‘왜 녹음일까?’ 같은. 내가 만든 디저트는 내가 창조해낸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손님들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가며 디저트를 드시는 만큼 그 가치와 의미에 대한 궁금증 또한 지녀보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함께 풀어나가는 일은 내 삶을 함께 즐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루한 일상도 여행처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것 같다. 일과 삶은 분리되어야 비로소 행복하다고나 할까? 치열한 하루를 보냈으니 나를 위한, 내가 생각한, ‘나의 쉼’ 이 분명하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매우 쉽다. 일 끝나고 음악을 듣는다든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 중 하나는 꼭 하고 나서야 잠이 든다. 때로는 정말 지루하고 힘든 하루를 보내기도 하니까. 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 들어가 보는 걸 좋아한다. 골목 귀퉁이라든지, 숲이나 공원 끝자락에 가서 사람들이 그냥 흘려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아 내가 이곳을 처음 보았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남기고 기록을 한다. 해외여행을 하게 되면 가장 많이 얻는 부분은 현지에서 사용하는 재료와 그들의 조합 같은 것들, 그리고 식재료를 제외하고도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것들에 있어 국내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끼고 그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이 있기에 여행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까, 여행이 있기에 일상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까?
여행이 있기에 일상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나를 살게 하기도 하고, 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을 통해 부족했던 무언가를 채워나가기 위해 삶을 살아가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 그런 힘을  느끼고 찾아내는 방법을 연습하고는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만 찾는 걸 좋아하기 시작하면 여행의 참된 의미를 때로는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은 어느 정도 주기로 다니는지.
가게를 하며, ‘6개월에 한 번은 유럽에 무조건 가고, 한 달에 한 번은 국내 여행을 가자’ 고 생각해왔다. 일이 바빠지다 보니 꼬박꼬박 지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꼭 유럽에 다녀오려고 노력한다. 다녀온 것과 안 다녀온 것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를 3곳 정도 추천해 준다면?

제주도, 파리, 베를린 그리고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꼭 가보고 싶은 북유럽.


-여행지에서 꼭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곳의 디저트를 꼭 먹어본다. 좋아하는 가게에선 50유로 정도를 디저트 비용으로만 사용하고 한 입씩만 먹고 버리는 미친 짓을 하기도하고. 이건 내게 있어 의무이자,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의 고충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처 없이 공원을 걷거나, 한적한 곳에 앉아있거나 하며 현지인들의 일상과 문화를 잠깐이나마 내 삶에 적용해 보기도 한다.
 
-‘미완성 식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미완성 식탁에 와주시는 분들이 ‘디저트로도 이런 생각을 풀어낼 수 있구나’, ‘미식이라는 게 재밌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좋은 재료를 쓰고 가격이 비싸야만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냥 ‘이 아저씨 뭐지’, ‘오늘 하루 참 재밌다’라고 느끼며 평범하고 편안한 하루를 내 디저트와 함께 마무리할 수 있게 되는 것. 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 평범한 아빠가 되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처럼. 딱 정해진 궁극적 목표 같은 건 없다. 이곳은 앞으로도 여전히 미완성인 채로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미완성 식탁'이 사람들에게 어떤 장소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너무 좋지도 너무 나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공간 정도로 회자될 수 있는 공간 정도가 되는 것. 디저트가 맛있어서 오는 사람, 이곳의 생각에 재미를 느껴서 오는 사람, 누군가는 그냥 오기도 하는, 그렇게 평범하게 오래 유지되는 장소가 되면 좋을 것 같다.



트래블링 탐스, < 사람을 여행하다 >
달콤한 디저트에 담아낸 여행 이야기, ‘미완성 식탁’의 최창희 편의 영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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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Boouk Magazine @booukmag
Photographer Mok Jinwoo @lo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