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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일상을 천천히 음미하며

차를 마시며 숨을 돌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네를 산책하는 시간은 우리의 일상적 모습이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들이 먹고, 마시고, 걸을 때면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스크린 속 인물들의 하루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기에.
김종관 감독의 작품에서도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 무언가를 마시는 사람 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 보면 우리는 금세 그 테이블 앞으로 향한다. 
각자의 앞에 놓인 한 잔 속에는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가 담겨 찰랑거린다. 


감독님의 작품 속에서는 음료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차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음식처럼 맛이나 향이 표현되지 않아도 공간의 분위기를 깊어지게 하는 힘이 있다고 느꼈어요. 인물 들이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나요? 

그저 사람들이 자신 앞에 놓인 잔을 응시하는 순간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대화는 서로 다른 드라마 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또 상대방 이야기에 공감해가는 과정이지만, 때로는 가만히 찻 잔을 들여다보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거나 마음을 가다듬곤 하잖아요. 그 순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 최악의 하루 >< 더 테이블 > 같은 작품을 만드는 데도 도움을 주었고요.

그럼 다른 작품 속 마시는 장면을 통해서도 영감을 받곤 하나요? 
영화 <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2006 >에서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자주 등장해요. 그런데 저는 그중에서도 커피와 관련한 장면이 기억에 남았어요. 핀란드 헬싱키에서 일본 가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에게 어떤 아저씨가 커피를 더 맛있게 하는 방법으로 ‘코피 루왁’이라는 주문을 알려줘요. 그녀가 내린 커피의 맛이 조 금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커피에 대해 평가하기보다 자신의 요령만 담백하게 전해주죠. 그 순수 한 마음이 좋았어요. 사실 ‘맛없는 커피’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영화 < 커피와 담배Coffee And Cigarettes, 2003 >는 제 작품인 < 더 테이블 >을 촬영할 때도 많은 참고가 된 작품이에요. 테이블 위에 음 식이나 디저트를 두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커피와 담배가 함께라서 조금 더 다른 분위기의 대화를 만 들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담배를 태우는 시간에도 저마다의 철학이 있을 테고, 잔 속에 담긴 찰랑거리는 검은 커피를 보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시간에 담긴 의미를 잘 살린 영화죠. 영화를 보고 나면 실제로 커피를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예요.

어떤 공간에서 마시는지도 중요하죠. 카페나 바를 방문할 경우 유심히 관찰하는 요소가 있나요? 
사람을 반기는 분위기가 깃든 공간이 있는 거 같아요. 카페의 경우에도 들어서는 순간, 이곳은 주인만 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편하게 커피를 마시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는 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아 무래도 그런 곳이 오랫동안 머물게 되고, 다시 생각나죠.

감독님의 작업실도 처음 방문했지만 그리 어색하지 않고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에요. 말씀을 듣고 보니 감독님이 저희에게 차도 직접 내려주고, 열린 마음으로 맞이해주셔서인 것 같아요. 
그리고 공간 곳곳 에 놓여 있는 다양한 물건에도 관심이 가는데요, 이 중에서 가장 아끼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작업실 책상 앞 큰 창에 투박한 나무 인형 4개가 놓여 있는데, 헝가리의 벼룩시장에서 찾은 것들이에 요. 처음에는 이 중에 둘만 골랐어요. 그런데 주인 할머니가 제가 이렇게 오래된 것에 관심을 갖는 게 신기하셨 는지 큰 상자를 한참 뒤적여 비슷하게 생긴 친구들을 찾아주셨어요. 그래서 이 네 식구가 완성되었죠. 작업할 때 시선이 향하는 곳에 두었더니,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과 함께 가장 많이 바라보게 돼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 < 부엌 > Vol.6 < 시네마 키친 >편, 김종관의  '일상을 천천히 음미하며 ' 인터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P34)

Interview Kim Jong Kwan
INSTA @monologue707

Editor Park Geunyoung  @gy_imagine
Photographer Jun Yeseul  @2rru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