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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본

음식의 의미에 대하여

음식은 사람들 간의 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매개체가 된다.
영화 < 화양연화 >에서 수 리첸 (장만옥)과 초 모완(양조위)이 좁은 골목에서 마주쳤을 때, 그들이 배우자가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홀로 끼니를 때울 요량으로 사오던 국수에는 외로움이 담겼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의 배우자가 외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주 앉아서 먹는 스테이크는 쓸쓸함과 함께 위로의 맛이 났을 거라 상 상해본다.
배우 박희본은 < 화양연화 > 속에서 그 포인트를 집어내고, 함께 나누는 끼니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 어쩌면 요리하는 과정과 음식을 먹는 시간의 정성스러운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삶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행복을 찾은 그녀의 매일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채워 져간다. 


좋아하는 음식 영화로는 < 화양연화花樣年華,2000 >를 꼽아주었어요. 영화에 대한 희본 씨의 감상을 듣고 싶어요.
다양한 영화를 좋아하지만, 음식이나 요리와 관련해 생각나는 영화는 < 화양연화 >였어요. 20대에 처 음 본 후로 30대에 지금의 남편과 연애하면서, 그리고 결혼 후에도 종종 생각이 나서 찾아본 영화거든요. < 화 양연화 >는 한 끼 식사가 지닌 의미를 생각하게 해요. 여자 주인공(장만옥)이 좋은 밥솥을 사두고도 남편이 집 에 없어서 홀로 국수를 사러 갈 때 마음이 어땠을까요? 두 주인공이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 바람피는 것을 알 면서 함께 만나 식사를 할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세상에는 맛있고 따뜻한 식사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간단히 때우기도 하고, 감정이 격해져 목구멍으로 음식을 넘기기 어려울 때도 있을 거예 요. 영화 속에서는 배우들의 이런 세심한 감정을 일상의 식사를 통해 표현해요. 혼자만의 식사를 위한 국수는 담백하지만 상처받은 이의 내면과 어울리죠. 운치 있는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 앞에서도 말 못할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숟가락질은 무겁기만 하고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한 끼와 그 한 끼를 나누면서 했던 대화를 떠올리 게 하는 영화예요.

< 화양연화 >에서 주인공들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바라보았다면, 희본 씨 개인에게 음식 과 요리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저 역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최근에 일본 디자이너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 Hiroshi’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분은 음식을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 문화’라고 표현했어요. 음식과 관련한 모든 행위는 온라인으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요.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죠. 저 또한 우리 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직접 요리를 하거나 식당을 찾아가는 행복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생 각해요. 그래서 맛있는 한 끼를 찾아서 이곳저곳 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다 음으로 미루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기거든요. 그러다 보니 평소 지출 내역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커 요.(웃음) 새해 목표로 올해는 집밥을 많이 해 먹어보자고 다짐을 하기도 했죠.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 중 실제로 그 맛을 찾아 떠나고 싶었던 음식이 있다면요? 
일본 영화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에 나오는 도리야키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일본 전통 단팥빵요. 작년 에 타계한 배우 ‘키키 키린Kiki Kirin’이 큰 솥 가득 담긴 팥을 나무 주걱으로 천천히 저으며 팥소를 만들어요. 그 정 성스러운 모습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아마 모두가 그 장면에서 감동했을 거예요. 영화 속에 서 사람들이 갓 구워 따끈따끈한 도리야키를 한 입 베어 물면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 퍼지는 것처럼요. 그 행복을 느껴보고 싶어요. 어릴 적 할머니가 큰 가마솥에 지은 밥과 한 상 가득 차려주시던 음식을 먹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시골 할머니 댁에서의 따뜻한 추억이 있나 봐요. 
김장철이면 온 친척이 시골 외갓집 마당에 모여서 김치를 담가요. 그날은 부엌 한편에 있는 가마솥에 수육을 삶아 먹기도 하고, 1년 내내 두고 먹을 우거지를 가득 끓여서 집집마다 나눠 주기도 하죠. 친척들과 친 척의 가족까지 챙기려니 항상 일이 많지만, 오랜만에 만난 이모들과 수다도 떨면서 재미있게 하루를 보내요. 그런데 김치도 직접 만들어보니 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들어가는 재료가 얼마나 많은지 손도 많이 가 고, 저는 보조 역할이라 엄마나 이모들에 비하면 쉬운 일이었는데도 끝나고 나면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늘 냉장고 안에 있는 밑반찬으로만 여겼던 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죠. 












" 영화 속에서는 배우들의 이런 세심한 감정을 일상의 식사를 통해
표현해요. 혼자만의 식사를 위한 국수는 담백하지만 상처받은 이의 내면과 어울리죠. 운치 있는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 앞에서도 말 못할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숟가락질은 무겁기만 하고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한 끼와 그 한 끼를 나누면서 했던 대화를 떠올리 게 하는
영화예요. "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 < 부엌 > Vol.6 < 시네마 키친 >편, 박희본의  '음식의 의미에 대하여 ' 인터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P52)

Interview Park Hee Von
INSTA @heevon_

Editor Park Geunyoung  @gy_imagine
Photographer Jun Yeseul  @2rru0